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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큐] 미식축구, 태클이 꺼려진다면 '플래그풋볼'부터는 어때요?
 작성자 : 관리자
Date : 2016-04-04 16:55  |  Hit : 1,833  
   http://www.sportsq.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9248 [442]

[200자 Tip!] 미식축구는 야성과 지성의 조합, 지상 최후의 스포츠 종목으로 불린다. 미국프로풋볼리그(NFL) 최강팀을 가리는 슈퍼볼이 열리는 매년 2월 미국인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다. 그런데 단점이 있다. 엘리트 선수가 아닌 바에야 직접 하기에는 감히 엄두를 낼 수 없을 만큼 위험해 보인다는 것이다. 미식축구인들은 몸과 몸이 격렬하게 부딪혀 전문적인 위험관리가 필요한 '태클풋볼'이 아닌 안전하고도 재미있는 이 종목이 미식축구 입문 과정에서, 특히 청소년기에 활성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바로 '플래그풋볼'이다.

[용인=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자리한 수지체육공원 운동장. 이우중학교 재학생은 매주 목요일, 이우고등학교 학생들은 매주 금요일 이곳에 각각 모여 운동을 한다. 중학교 학생들이 나타났다. 선생님의 인솔이 없는데도 트랙을 돌더니 그라운드 중앙에 모여 능숙하게 몸을 푼다.

▲ 플래그풋볼은 허리에 벨트를 차고 그 위에 깃발을 꽂으면 준비가 끝난다는 장점이 있다.

이우학교 플래그풋볼팀은 2008년 창단 이후 2010년부터 매년 전국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플래그미식축구 최고 명문이다. 대안학교인 이곳에서 8년째 재직 중인 백남희 체육교사는 “창의적 재량활동의 교과과정으로 플래그풋볼을 택했다”며 “‘아이실드 21’이란 미식축구 만화책을 보고 만든 동아리가 이렇게까지 잘될 줄 몰랐다”고 활짝 웃었다.  

어떠한 지시가 없어도 알아서 움직였다. 몸풀기를 끝내고 금세 공수 대열을 갖추더니 양쪽으로 흩어지는 전술 훈련에 돌입했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 속에 청소년다운 에너지가 느껴졌지만 공을 잡는 순간만큼은 진지함이 묻어나왔다.  

◆ 저렴하고 안전하게, 체력-사교성 기르는데 최적의 운동

“애들이 진짜 좋아해요. 농구로 치면 3대3인거죠. 이젠 너무 하려고들 해서 오히려 걱정이 됩니다. 매일 아침 8시부터 50분간 자기들끼리 알아서 놀아요. 눈이 오고 바람이 불 때면 하고싶은 친구들만 나오라고 하는데도 대부분이 열정으로들 나옵니다.”  

머리(헬멧), 어깨(숄더패드), 가슴(체스트패드), 팔꿈치(엘보패드), 허벅지(싸이패드), 무릎(니패드)까지 온몸에 보호장비를 착용해야 하는 태클풋볼과 달리 플래그풋볼은 허리에 벨트를 차고 그 위에 깃발(플래그)을 꽂으면 준비가 끝난다는 장점이 있다. 백 교사는 “1인당 드는 연간 예산이 2만원 남짓”이라며 “알뜰하게 잘 쓰고 있죠”라고 활짝 웃었다.

▲ 이우학교 플래그풋볼부는 전국대회에서 매년 우승하는 강호. 선생님이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훈련하는 열정 가득한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규칙도 간단하다. 한 팀의 인원은 5명으로 미식축구 태클풋볼(11명)에 비해 적다. 터치다운 6점에 보너스 1점(또는 2점)이 주어진다. 4번의 공격 기회를 갖는 것은 태클풋볼과 같지만 4회 안에 하프라인을 넘어서면 다시 4번의 공격권을 얻는다. 경기장 규격도 작다. 길이는 80야드(73m), 폭은 30야드(27m)면 넉넉하다. 전, 후반 20분씩 40분간 뛴다.  

"위험하지 않습니다. 초반에야 안 하던 동작들을 하니까 일부가 염좌가 생기고 복합골절이 생겼지만 1년이 지나니 괜찮아 지더라고요. 포지션은 전부 다 경험하게 해서 알아서 정하게끔 해요."

공을 가진 선수가 허리에 매단 플래그, 즉 깃발을 빼앗기지 않은 채 터치다운을 하는 것이 목표다. 보디체크나 태클은 일절 할 수 없어 안전하다. 깃발을 사수하려는 자와 가로채려는 자간의 두뇌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가장 뿌듯했던 순간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백 교사는 승리나 우승같은 뻔한 대답이 아닌 한 학생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게임 중독에 빠져 PC방에서 살던 친구가 있었는데 완전히 변했다”며 “플래그풋볼을 게임처럼 하더라. 친구들과 함께 작전을 짜고 그대로 움직여 이뤄나가는 식으로 에너지를 발산하더라”고 뿌듯해 했다.

▲ 플래그풋볼은 위험하지 않아 많은 장비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

◆ 여학생도 아버지도 함께, 남녀노소 누구나 같이 해요 

“입학철마다 오히려 학생들을 추려야 하는 입장이 됐어요. 신입생들이 선배들 하는 걸 보고서는 서로들 가입하겠다고 아우성입니다. 더 놀라운 게 뭔줄 아세요? 플래그와 공만 있으면 되는데 애들 하는 거 보면 은근 재밌어 보이니 아버님 중에도 함께 하시는 분이 있다는 겁니다. 하하”

이우중은 2010년부터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 트로피를 휩쓸고 있다. 이우고 역시 용인외고 등과 함께 국내 플래그풋볼을 이끄는 강팀이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포천에서 개최된 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서 우승해 오는 5월과 8월 일본 전국대회 클럽 우승팀과 친선전을 갖는다. 화려한 수상경력에 운동효과, 팀워크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니 백 교사는 매년 어쩔 수 없이 가입 희망자를 걸러야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여학생들도 무리 없이 즐긴다. 중학교 여자부 주장 쿼터백 김아름(2년)은 “마냥 재밌다. 처음엔 근육통도 왔고 인대도 늘어나 부모님께서 걱정하셨지만 옛 이야기가 됐다”며 “특히 블리츠(수비수가 쿼터백의 패스를 막기 위해 돌진하는 것)가 올 때 엄청 떨리는데 그걸 이겨낼 때의 짜릿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고 플래그풋볼의 매력을 설명했다.

▲ 플래그풋볼에는 거친 보디체크나 태클이 없다. 상대 공격을 저지하려면 허리에 두른 깃발을 빼내면 된다.

150㎝ 남짓한 신장의 이푸른나래(2년)는 “내가 키가 작아서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이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플래그풋볼에선 내 나름대로 할 일이 있다”며 “몸도 약해서 잘 다쳤는데 체력도 좋아졌다. 고등학교 가서도 공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수줍게 말했다.

윤수빈(3년)은 “축구반에 들고 싶었는데 남자만 주로 하는 바람에 가입한 클럽이 플래그풋볼”이라며 “이젠 여기에 든 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승윤(3년)도 “선수가 별로 없어 학년을 섞어 하는데 선배와 교류가 많아 오히려 더 좋다”며 “세계여자플래그풋볼대회 영상을 살펴보며 함께 공부하다보면 절로 의리가 생긴다”고 맞장구를 쳤다.  

◆ NEIS 정식종목 등록-KAFA의 노력, 플래그풋볼의 미래는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가 2015년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플래그풋볼 클럽은 초등부 3개, 중등부 3개, 고등부 7개 등 13개에 불과하다. 대한미식축구협회(KAFA) 김동희 사무국장은 “풋볼 저변 확대를 위해 플래그풋볼 클럽 창단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미식축구 국가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는 백성일 감독은 매주 토요일마다 부산 동아고에서 태클풋볼과 플래그풋볼을 함께 지도하고 있다. 그는 "1학년이 플래그풋불로 미식축구에 재미를 붙이면 2,3학년 때 태클풋볼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고 귀띔했다.  

이어 "체육 정책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여학생들을 운동장으로 어떻게 나오게 하느냐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터치풋볼에서 한 단계 진화된 플래그풋볼이야말로 여학생들에게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왼쪽부터 김아름, 윤수빈, 이푸른나래, 신승윤. 여자들도 무리 없이 플래그풋볼을 즐길 수 있다.

흐름이 좋다. 플래그풋볼은 2014년 7월 25일자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상 정식종목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과거 유사 종목인 럭비 또는 기타 종목으로 묶여야만 했던 설움에서 벗어나 이젠 플래그풋볼을 배운 근거를 시스템상에 남길 수 있게 돼 확산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플래그풋볼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한국유소년플래그풋볼협회(KUFFA)가 수년간 초등 방과후 교육 프로그램, 회복탄력성 교육 프로그램으로 플래그풋볼의 확대를 위해 힘써온 덕분이다. 백 교사는 "체력을 단련하고 사교성을 기르는데 플래그풋볼만한 종목이 없는 것 같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12월부터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에서 NFL 생중계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호재다. 태클풋볼의 인기가 상승하면 플래그풋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식축구는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마성의 스포츠다.

▲ 이종원(왼쪽)과 강민구. 둘은 "흔하지 않은 운동이라 좋다", "몸이 들어가야 득점인 것이 마음에 든다"고 플래그풋볼의 장점을 어필했다.

이우중 남자부 주장 이종원(3년)은 “플래그풋볼은 흔하지 않은 운동이라 더 좋다. 남들이 잘 접하지 못하는 특수한 종목이란 사실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낀다”며 “거친 사람만 한다는 편견을 깰 수 있어 더 흥미롭다. 절대로 무식한 운동이 아니다. 머리가 똑똑해야 하는 운동”이라고 홍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강민구(2년) 역시 “축구는 지정된 골대 안에 넣어야 하는데 풋볼은 몸이 들어가야 득점인 것이 정말 마음에 든다”며 “손으로 공을 주고받으며 동료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큰 매력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희열을 느낀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취재 후기] 과거로 돌아간다면 혹은 다시 태어난다면 꼭 미국 풋볼 명문대의 쿼터백으로 살아보고 싶다. 재학생들과 지역 주민, 미국 전역의 스포트라이트로부터 오는 중압감마저도 짜릿할 것만 같다. 그런데, 덴버 브롱코스 라인배커같은 ‘야수들’이 색을 하겠다고 달려들 텐데 무서울 것 같다. 그렇다면 플래그풋볼을 하면서 전설의 쿼터백 톰 브래디 흉내를 내봐야겠다. 미사일처럼 빠르고 낮게 날아가는 터치다운 패스를 연결하고 포효하는 것으로 생각을 바꿨다. 다칠 일도 없고 얼마나 좋은가.

▲ 왼쪽부터 이민찬, 윤수빈, 이푸른나래, 신승윤, 이재홍, 장해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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